2008년 4월 23일 수요일

<한국교회 처음 여성들> (이덕주)


수 년전 학교에서 학부강의로 개설된 History of Korean Christianity 수업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한국기독교사에 문외한인 내가, 일제시대를 전후한 시기의 여성 크리스챤에 대한 책을 집어들었다. 코스타에서 황지성 집사님의 강의를 통해서, 민족적 복음주의를 외치며 기독청년들을 깨우치셨던 김교신 선생의 이야기를 들은 것도 불과 일이년 전이고, 역사적/사회적으로 유명한 크리스챤 민족 지도자로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아는 이름이 다섯손가락 안에 들 뿐이다. 논문을 쓰고 있는 전공분야의 시기도 일제시대인데, 궁금한 적은 여러 번 있었으나, 정말 무식하다. ㅋㅋ

이 책은 이제껏 묻혀있던 한국의 초기 여성 크리스챤에 대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유교적 차별 속에 제대로 된 이름도 없이 태어났지만, 예수를 만나 한 인격으로 살아간 이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전삼덕, 김세지, 여메례, 박에스더, 주룰루, 이경숙, 노살롬, 하란사, 왕재덕, 김정혜, 최나오미, 손메례, 김성무, 문중경, 장정심, 방애인, 김마리아, 남자현, 조신성, 오신도, 어윤희, 김경희, 강기일, 장선희.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 하였으나, 사실은 복음을 듣기 전까지의 이들의 인생역정과, 복음에 빚진자로서 목숨을 바친 삶의 이야기는 벅찬 감동없이는 읽을 수 없었다. 최첨단 정보통신 시설이 발달된 지금이지만, 발이 부르트도록 이마을 저마을을 돌아다니면 쪽복음을 전하던 일명 전도부인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복음전파와 사랑의 돌봄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깨닫게 한다. 물론 현 시대의 상황과 타향에서 살고 있는 처지 속에서 여러 다른 복잡한 요소들이 있겠으나, 나라와 민족에 대한 자각과 사랑이 더욱 깊었던 이 시절, 사회 지도자로서의 여성 크리스챤의 정신과 노력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좋은 본보기가 된다.

여러 사연으로 홀로되어 헌신한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남편과 함께 가정을 복음과 나라를 위해 바친 동역의 예들도 나온다. 이 시대에 미국에 살면서, 동시에 협의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여성으로, 가정으로 어떠한 삶을 살아야할지+죽어야할지,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시기와 관련하여 두 권의 책이 더 있는데, 둘 다 학위논문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 읽기가 만만치 않았다. 일제시대의 기독교 여성에 대해 연대별로 역사적으로 기술한 <한국 기독교 여성운동의 역사> (윤정란)과 사회/철학적인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기술한 <한국기독교와 여성 정체성> (이숙진) 이다. 이숙진의 책은 집필 중인 내 논문의 주요 개념 중의 하나인 “식민지 근대성”에 대해 좋은 성찰과 적용을 잘 보여주어서 개인적으로 반가웠다.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생각하게 하시고 도전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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