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0일 월요일

목회 칼럼: 2007 공동의회(전교인 총회)의 의의

벌써 또 한 해를 결산하고, 새 해를 계획하는 계절이 되었다. 성탄절이 들어 있는 12월은 그래서, 더욱 마음이 분주하다. 조용히 대강절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어느새 직장과 각 동호회의 망년회, 가족모임, 쇼핑 등에 쫓겨다니다 보면, 정작 성탄의 의미를 차분히 되새길 겨를도 없이 어느새 12월은 훌쩍 지나가고 만다.

교회의 회계연도와 리더십의 임기 또한 11/12월을 기점으로 바뀌기 때문에, 교회도 크게 예외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망년회를 하고, 송구영신 예배를 드려야 한 해가 바뀌는 것은 아닐텐데 굳이 연말에 맞추어 모든 것을 분주하게 처리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태양력에 맞추어서(seasonally) 지나온 날들을 되짚어보며,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교훈을 얻을 것은 얻으며, 또 새로운 마음으로 뭔가를 기획하고, 하나님께서 이루어 주실 새로운 일들을 기대해 본다면, 오히려 세월을 아끼고 선용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으리라.

하여, 다음 주일(12/16) 우리 교회도 예결산 인준과 아울러서 명년도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공동의회로 모이고자 한다. 특별히 지난 3년간 운영해 오던 실행위원회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금년에는 좀더 장기적이고 안정된 리더십을 세울 것을 기대하면서, 교우들의 의견을 모으고, 또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자 한다.

얼른 생각하면, 교회 규모도 얼마 되지 않는데, 굳이 장로제도와 같은 항존직분이 필요할까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으며, 또 과연 그런 직분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일지 갑자기 고민해야 하는 것이 번거로울 수도 있겠지만, 지상에 존재하는 주님의 교회도 역시 하나의 집단이요 조직체이므로, 마치 가정에도 일정한 권위와 질서가 있고,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나가야 가정의 안정과 평화가 유지되는 것처럼, 솔선수범하여 교회의 장래와 교우들의 영적인 복리를 위해 한발 먼저 헤아리고, 기도하며, 계획하고, 감독하는 리더십이 반드시 발휘되어야 한다.

비근한 예로, 사도 바울이 교회를 개척한 다음, 다른 지역으로 떠나기 전에, 장로나 감독과 같은 리더십을 세우려고 애썼으며, 또 다른 지역에 있으면서도, 세워진 리더십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편지를 써보냈던 것도, 다 이를 위함이었다고 하겠다.

우리 교회의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몇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을 생각해 보자면:

1. 교회 밖의 리더십도 마찬가지겠지만, 교회 안의 리더십은, 더더구나, 역할을 감당할 일군을 세우는 것이지, 직책 자체가 가지는 간판적인 가치를 얻으려는 인기투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장로는 명예직이 아니라, 봉사직이다. (사실, 우리 교회는 나서서 한번 맡아보겠다는 사람들이 차라리 좀 나왔으면 좋을 만큼 다들 겸손한 분들이라 그런 걱정은 없지만, 정작 하나님의 교회를 위해서 정말 헌신해 보겠다는 진정한 겸손과 순종의 자세가 더 요구된다고 하겠다.)

2. 따라서, 교회 내의 필요한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와 잠재력, 그리고 적절한 경험과 리더십이 있어야, 리더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안디옥 교회의 안정과 성장, 그에 기초한 이방인 선교의 역사는 바나바가, 당시로서는 드물게, 정규 신학 훈련을 받은 바울을 데려온 데에 크게 힘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리더십은, 단지 역할을 효과적으로 감당할 기능인을 뽑아서는 안되며, 진실하고 충성스러운 하나님의 사람을 분변하여 세워야 한다. 예루살렘 교회에 세워진 일곱 집사들은 그저 주판을 잘 놓는 사람들이 아니라, 한결 같이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하나님의 사람들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4. 객관적인 평가와 별도로, 현재, 우리 교회의 규모와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일지를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보면, 우리 교회는 전체 숫자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교회보다 유능한 사람이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보면 좀 부족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인 누군가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우리 세대가 감당해야할 바를 부족하지만 감당하여야, 다음 세대가 또 길러지는 법이다.

5. 이 모든 기준을 우리 각자에게도 적용해 보아야 한다. 교회 안의 모든 식구들은, 유권자이자 동시에 피선거권자이다. 따라서, 누구든지, 온 교우들이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모아 얻은 결론이면, 기꺼이 순종할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누가 선택이 되든, 또 안되든, 우리는 다 같이 주님의 선하신 인도에 순종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뽑은 자와 뽑힌 자가 매한가지로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서 주님의 교회를 세우는 일에 다같이 헌신하고 협력할 수 있다면, 공동의회의 회의 과정 자체만으로도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의 통로가 될 것이다.

아무쪼록, "장로/감독의 직분을 얻으려는 사람은 선한 일을 사모하는 사람이라"고 갈파한 바울의 권면 (딤전 3:1)을 기억하면서, 다음 주에 있는 교인 총회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적합한, 장기적인 리더십을 세워주시길 소망해 본다. 남은 기간 기도와 묵상을 통해, 하나님과 상의하도록(사람들과 상의할 것이 아니라) 하여, 모두 다 빠짐없이 회의와 투표에 임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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