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9일 월요일

퍼뮤니케이션: 광우병 본질은 민심 이반

군중은 우매한가? 비합리적이고 선동에 놀아나는 폭도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보화의 산물 중의 하나로서 영리한 군중(smart mobs)이 생겨난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소지한 현대의 군중은 정보의 공유를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들은 사회 제반문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고독한 군중'이 아니라 참여하는 군중이다.

참여군중의 행동양식은 '신속과 연대'다. 이들은 인터넷이나 휴대폰 메시지를 통해 익명의 군중을 하나로 묶는다. 또한 단시간에 대중을 동원한다. 이런 행동을 통해 선거나 여론형성 등 정치문화의 변화를 선도해 간다.

그러나 참여군중의 사이버 행동주의는 양날의 칼과 같다. 빛과 어둠이 상존한다. 대중의 힘을 신장시키기도 하지만 익명성과 즉흥성과 파괴성으로 인해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약이자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공방전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음모론이다. 광우병 괴담 사태는 반미좌파의 선동 탓이라는 것이다. 즉 좌파의 국정발목잡기이자 반미운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략이 먹혀 들어가 철없는 청소년이 부화뇌동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이념문제로 보려한다.

둘째는 실책론이다. 이번 사태는 검역주권 포기와 졸속협상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방미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국민복리와 직결된 사안을 안이하게 처리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념문제가 아니라 정책문제라는 입장이다.

불만족한 심리상태가 누적되면 집합행동을 유발시키게 된다. 상승된 기대감이 꺾이는 변곡점에서 군중소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현정부에 대한 민심의 이반이라고 볼 수 있다. 인사파동과 정책혼선에 대한 민심을 소 닭 보듯 외면한 결과다. (진구섭 맥퍼슨대 사회학과 교수, 중앙일보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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