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3일 월요일

목회 칼럼: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에게

갑작스러운 저의 사임 "소식"에 저으기 놀라셨을 줄 압니다.

특별히 처음 소식을 접한 형제 자매들에게 송구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제 자신이나 우리 교회의 현주소가 사실은 불만족스러웠습니다. 교회 식구들 전체 앞에 내어놓고 함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인도를 구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며 또 가장 확실한 방법일텐데, 실행위원회로 축소하여 결정 과정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사안의 독특성이 있었지만 아마도 제 믿음의 부족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 세상에 살면서 완벽한 것을 기대하기란 힘든 일이겠습니다만, 이번의 의사 결정도, 사실 갈등상황을 전제로 내려진 것이었습니다. 한국에 가기로 하면, 우리 교회가 당분간은 어수선함을 견뎌야 할 것이 분명하고, 이곳에 있기로 하면 한국의 선교단체가 계속 방치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보면서, 말하자면 어차피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는 없기에, 하나님 앞에서 덜 송구스러운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욕심 같습니다만, 간절히 소망하기로는, 우리 교회도 주님의 교회요, 한국의 단체(학원복음화협의회)도 하나님의 기관인 만큼, 하나님께서 친히 주관하셔서 당신의 종들을 이리 보내기도 하고, 저리 보내기도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시며, 또 기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나이에(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제가 무슨 큰 영화를 보고 싶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구, 더구나 무슨 큰 이득을 챙기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주인이 오라 하면 오고, 가라 하면 가는 것이 종된 이들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면서 지금껏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다만, 아직은 우리 교회가 약간은 불안정한 상황에 있는데, 하필 이 시점에서 이런 부르심을 받들어야만 하는 것이, 제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희들의 염려하는 바를 아실 터인즉,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어 주실 것을 소망합니다. 아무쪼록 저와 여러분 모두가 다 어렵고 힘든 터널을 지나게 되겠지만, 잠잠히 그분의 인도하시는 손길을 의지할 수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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