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5일 월요일

퍼뮤니케이션: 조승희와 이민자의 자화상

지난 416일은 미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 넣었던 버지니아텍 총격 사건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중략> 버지니아텍 참사는 한인사회의 어둡고 슬픈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비춰준 우리의 자화상이란 생각이 든다.

언론에 의하면 조승희는 평소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냈고 서명란에 "?" 라 기입했다고 한다. 서명이 지니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표 서명은 정체성 상실에 대한 표출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이며 이민자 연구가인 존 베리교수는 미국내 소수 인종의 정체성을 4가지로 분류했다: ①미국 사회와 소수계 사회 모두에 강한 귀속감을 느끼는 '통합형', ②소수계 사회를 떠나 미국사회에만 소속하고 있는 '흡수형', ③미국사회에는 적응 못하고 소수계 사회에만 소속감을 지닌 '분리형' 그리고 ④미국 및 소수계 사회의 소속감을 못느끼는 '주변형'.

이 분류법에 따르면 조승희는 미국도 한인 사회에도 귀속되지 못한 채 부평초처럼 떠있는 주변인이었던 것이다... 버지니아텍 참사 발생 수년 전 필자는 재미 한인 이주 100주년을 맞아 2세들의 정체성 현황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필자가 조사한 샘플은 그 대표성이 미약하여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당시 조사에 응한 청소년의 16%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스스로를 '주변인'이라 답했다. 미국과 한인 사회 모두에 적응하기 힘듦을 털어놓았다.

버지니아텍 참사는 이 같은 점에서 볼 때처럼 정체성 상실의 현실을 드러내는 우리의 자화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는 참상을 무조건 잊고 떨쳐내려 하기보다는,... 미국 사회와 한인 사회 미국 문화와 한인 문화의 경계선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고뇌하는 우리 자녀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언론에 등장하는 자랑스런 '성공한 2'에 주목하기 전에, 소리없이 고통스러워하는 '주변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와 성공 지상주의는 우리 자녀들의 조화된 인격 함양을 저해하고 결국에는 우리 모두의 불행으로 귀결될 뿐이기 때문이다. (김효정 켈스테이트 LA 사회학과 교수 from 중앙일보 4/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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