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8일 월요일

목회 칼럼: 오늘 실행위원을 선출하기까지

그 동안 실행위원회와 확대회의를 통해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우리 교회의 리더십을, 장로들로 구성되는 당회가 아니라, 실행위원회 체제로 최종 낙착(?)을 보았다. 이렇게 결정하게 된 데에는, 몇가지 합당한 근거와 더불어 몇 가지 뒷 얘기를 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우리 교회는 밸리 제일 장로 교회 시절 오랜 동안 당회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실상 우리가 속해 있는 교단(Missionary Church Inc.)은 회중 교회 체제를 강추하는 교단이다. 즉 모든 일은 회중 전체가 고르게 참여하여 결정하고, 또 협력할 것을 권장한다.

얼른 생각하면, 무슨 체제로 하든, 너나할 것 없이 다들 주인의식으로 참여하면, 결국은 주님의 교회가 세워지지 않겠느냐 생각되지만, 실제 리더십을 맡은 사람들의 역할이나 자세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장로교회에서 장로는 항존직에다가, 교회의 실무를 맡아서 살림을 꾸려가는 핵심 인물들이다. 반면에 회중 교회에서 장로는 한 발 뒤로 물러나서 기도와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지 실무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회중 교회에서 실무는 각 부서의 장들이 관장하며, 그 부서의 장들의 모임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어쨌든, 그것이 항존직이든 아니면 임기직이든, 누군가 장기적으로 교회의 운영을 책임지고 관장할 리더십이 세워져야, 교회가 안정하게 된다. 리더십의 파우어(?)를 강화하여,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하도록 하려면 항존직이 유익하지만, 반대로 항존직은 그 파우어를 순전치 못한 동기로 오용/남용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반대로, 임기직은 항존직의 단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책임있는 참여와, 역량의 충분한 발휘 면에서는, 임기의 만료와 더불어 설익은 채 끝나거나 리더십의 유산이 단절되는 것이 단점이다.

작금에 대부분의 대형교회들의 경우, 가능하면 항존직을 지양하고, 임기를 둬서 전횡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주효한 것은, 항존직의 단점으로 말미암아 목회자와 장로들 사이의 갈등이 야기하고, 급기야 법정싸움까지 빚는 폐단을 감안하면, 다분히 설득력이 있지만, 그 반대로 항존직의 장점을 간과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교회도 하나의 조직의 논리로 바라볼 때, 목사와 평신도 리더십 사이의 패권(헤게모니) 싸움에서, 목사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임기직을 취해야 하고, 반대로 평신도/장로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항존직을 관철하여야 한다.

어떤 집사님의 말씀처럼,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애써 항존직을 없애고 임기직으로 바꾸려 애쓰는 마당에, 내 생각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그 동안 우리 푸른 목장 교회의 운영체제를 두고, 나는 한결같이 항존직을 주장해 왔다. 왜냐하면, 현금 드러나고 있는 전통교회의 폐단들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교회는 희노애락을 나누면서 일생 함께 가야하는(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우리 인생의 가장 중요한 소속처이다. 따라서, 주님의 교회를 세우기 위해 책임의식과 소명감을 가지고 일생을 헌신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일단은 순수한 것이요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서 교회가 위태하게 되는 것은 태반이 평신도 리더십의 결함에 기인하기보다는 목회자의 전횡으로 말미암기 때문에, 항존직의 평신도 리더십이 확립되어 있으면, 목회자가 함부로 권한을 남용하는 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 우리 교회의 일천해진 리더십을 새로이 세우는 마당에, 갑자기 항존직의 장로를 세우자고 하는 아이디어가, 뭔가 "들이대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또 우리 교회가 장로제도가 중지된 채로 세월이 꽤 흐른 데다가, 현재의 운영체제는 회중교회 형태를 띠고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장로에게 기대되는 통일된 역할이나, 뚜렷한 모델이 없는 상태에서 항존직의 장로 리더십을 세우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하는 우려를 무시할 수 없었다. 하여 3(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이라고 하겠다)을 임기로 하는 실행위원(세상의 조직으로 하자면, 일종의 board member와 같은)을 선출하여 실행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절충하게 된 것이다.

실행위원회 규정 상정안 조율 과정에서 또 한가지 이견이 노출되었던 부분은, 선출 방식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회중 전체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여,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만 제시하고, 판단은 회중이 하나님 앞에서 각자의 의사를 투표용지에 표시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이 나타나게 해야 한다고 보았지만, 회중의 판단을 어느 정도까지 신뢰할 수 있을지, 자칫하면 인기투표처럼 되어서 교회의 본질적인 리더십과는 큰 관계가 없는 엉뚱한(?) 사람이 뽑히지 않을까 하는 위험부담에 대한 우려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실행위원회/확대회의에서 아예 적합한 후보를 추천하여 일괄타결 형태로 리더십을 세우자는 반대 극단적인 안을 수용해서도 안된다고 보았다.

이 문제도, 결국 각각 장단점이 있다는 전제하에, 각각의 장점을 살리는 취지에서 절충하기로 하였다. 즉 꼭 필요한 자격 요건에 대한 가이드 라인은 규정에 명시하고, 회중은 그 가이드 라인의 기초 위에서 자유롭게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며 의사를 표시하면, 그것을 수렴하여 하나님의 인도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또한 항존직의 리더십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임기가 한시적이기 때문에, 회중의 판단에 맡겨도, 그리 큰 위험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교회 안의 리더십을 세우는 것은 무슨 대단한 벼슬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주님을 섬기고, 교우들을 돌보아야 하는 '섬김이', 곧 일군을 뽑는 것이라는 전제와 신앙고백만 확실하다면, 이런들 저런들 주님의 뜻을 분별하고 따르는 데에 그리 까다로운 절차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게다. 그러나 법이란 항상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그 때에 필요한 보호장치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인 만큼, 일단은 우리 교회의 현 상황에 맞는 운영 체제로서 실행위원회를 채택하고, 그 구성의 기본 요건을 합리적으로 규정하는 일에 분별력있게 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그 규정에 의거하여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를 대표하고 대변할 일군을 선출하는 일에 책임있게 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이런 과정과 절차를 통해 우리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요, 또 주님의 교회의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하나님 앞에서 책임있게 권한을 행사하고, 또 그에 따른 책무를 다하기로 다짐하는 훈련의 기회가 되고, 또 이런 진솔한 우리의 분별력이 모아져서, 우리 푸른 목장 교회의 리더십이 세워지기를 소망하고 기대한다. 주님, 우리와 함께 해 주소서! 그리고 주님의 뜻을 나타내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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