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5일 금요일

목회 칼럼: 지난 세월을 회고하며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푸른 목장 교회에 청빙 요청을 수락하고 여러분들과 함께 감사기도를 드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또 작별을 고하게 되고 보니, 참으로 미안하고 송구스럽기도 하고 또 아쉽고 섭섭하기도 합니다. 떠나는 사람은 유구무언하는 것이 미덕인 줄 알지만, 칼럼란을 빌어서 몇 가지 회한을 정리함으로 작별의 인사를 대신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동안 저와 저희 가족을 한 식구로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신 교우 여러분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밸리와는 별 인연이 없던 저희였지만, 더운 날씨와 기괴한 바람소리가 이제 그리 낯설지 않게 된 데는 여러분의 우정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인 줄 압니다. 부모님처럼 따뜻이 대해주시던 권사님들 집사님들, 그리고 허물없게 대해 주시던 형님들과 누님들, 순박하고 순수하던 또래의 집사님들, 동생같고 조카 같이 따르고 존경해 주던 손아래 형제 자매들... 제가 베푼 것에 비하면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허나 돌이켜보면, 제 자신이 전형적인 이민자로 이 땅을 밟은 것이 아니었기에 이민자의 애환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고 하는 태생적인 한계로 말미암아, 저의 가르침과 목회활동이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원론적이었으며, 여러분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지 못했던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제 가슴 한 구석에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회는 한 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 대한 제 생각은, 지금도 성경적인 관점이라고 굳게 믿지만, 대다수의 교우들에게는 너무나 이상적이요 꿈같은 얘기로 들리지 않았을까 돌이켜 보게 됩니다.

이 외에도 아쉽고 후회스러운 일들이 한 두 가지겠습니까마는, 하나님께서는 지난 3년 세월 여러분과 함께 지내는 동안, 제게나 여러분에게나, 하나님이 얼마나 인자하신 분이신지, 그리고 주님께서 어떻게 우리를 불쌍히 여기셔서 우리를 구속하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가져오셨는지, 그리고 주님의 교회가 마땅히 어떤 모습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으매, 감사와 찬양을 돌립니다. 비록 당장 가시적인 변화로 드러나지 않았다 할지라도,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 속에 주님께서 가르쳐 주시고 도전해 주셨던 바를 꼬옥 붙드시고, 또 온 교우들이 한 마음으로 그것을 받들어 순종하고자 한다면, 주님께서 여러분 개인에게나 우리 교회 위에 지혜를 주시고, 더욱 새롭고 놀라운 일을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하여, 예상치 않았던 갑작스런 부르심으로 정들었던 교회와 교우들을 생이별하게 된 이 송구스러운 일이, (여러분에게도 황당스러웠겠습니다만, 제 자신으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도리어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간구하렵니다. 사랑하시는 우리 하나님 아버지께서 곧 전환기 이민 사회의 시대적인 사명을 감당할 훌륭한 목자를 새로이 보내 주시고 세워주셔서 그 동안 부족했던 일들을 보완하여 주심으로 우리 푸른 목장 교회가 더욱 든든히 세워지고 밸리지역 일원에서 복음의 빛을 드러내는 참되고 아름다운 교회가 되게 해 주실 줄로 믿고 모든 것을 교회의 머리되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강하신 손에 의탁하렵니다. 아울러서 저와 저희 가족들을 또 요긴하게 사용하고자 하시는 주님의 거룩하신 뜻을 좇아 한국의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귀중한 사역을 잘 감당하도록, 저희들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무쪼록, 언제일는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다시 만날 때까지,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들은 소중히 간직해 주시고, 섭섭하고 유쾌하지 못했던 기억들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 털어 내어 주십시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사랑을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2008년 8월 31일 권영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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