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3일 목요일

퍼뮤니케이션: 미주한인교회를 위한 새로운 신학의 필요성

역사상으로 이주공동체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 되어왔다. 서구의 역사 신화들에서 이러한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도리스인들은 고향인 중부유럽을 떠나 그리스에서 헬라 문명을 만들었고, 패배한 트로이를 탈출한 아이네아스와 그의 동족들은 이탈리아에서 로마 문명을 형성하였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유럽을 탈출한 청교도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찬란한 미국 문명을 꽃피웠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이주를 할 때에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반대로 과거의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 독일인 막스 베버와 프랑스인 알렉시스드 토크빌이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을 부러워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주민 사회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이 사고방식에 의존해 단단히 굳어져있는 지배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수 백 년이 지나 새로운 기득권구조가 형성되기 전에는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사회 체제를 구성할 수 있는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고향을 떠나 힘든 삶을 영위하는 자들에게 주시는 신의 은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미주의 한인들, 특히 한인 교회들은 이주민에게 부여하는 신의 은총을 잘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고향을 떠나게 되었을 때 가졌던 출향의식과 객지에 와서 고향을 그리는 귀향의식이 일정한 체제를 갖추지 못한 채로 서로 충돌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자유롭고 풍요한 땅에 와서 그토록 구태의연한 한국식의 교회생활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

미주 한인 교회가 융성하기를 바라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참 아쉬운 일이지만, 현재대로라면 미주 한인 교회의 몰락은 시간의 문제라고 본다. 지금까지 교회는 한인 이민 공동체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다고 하겠다. 사실 미주 도착에서 정착까지 아마 교회 신세를 지지 않은 이민자들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랬기 때문에 어느 이민공동체 보다 교회 중심의 삶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이제 젊은 지도자들은 떠나고 신도들은 교회의 과도한 요구에 괴로워하고 있다. 이민 교회들조차 한국 교회식의 권위주의, 성장주의, 근본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병을 고치지 못한다면, 현재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한국 교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쇠퇴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기회가 있다. 특히 미국 사회가 이민 초기 사회의 장점을 상실하고 기득권층 중심의 수구사회로 재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때문에 전후에 누려오던 국제적 지위도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한 마디로 매개의 변증법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만일 미주 한인 사회가 미국 초기의 자유로운 다원적 공동체라는 이상을 재현할 수 있다면, 미주 한인들은 미국에 새로운 희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인들의 다원성과 잘 결합하기만 한다면, 한국인들의 공동체성을 되살려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한인 교회는 이러한 자유로운 다원적 공동체를 만드는 데에 제도적 장치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한인 교회는 한국식의 권위주의, 근본주의, 성장주의 신학을 버려야 한다. 자유와 인애가 넘치는 기독교 공동체의 신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한사람으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기윤실 소식지 2008-5, 백종국ㅣUCLA 교환교수, 한국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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